메리

단 한 명만을 친구로 골라야 한다면 나는 언제나 메리 레녹스였다. 웬디 모이라 달링, 사라 크루, 앤 셜리 모두 멋진 아이들이었지만 메리 레녹스는 내 친구였다. 예쁘지도 않고 성격도 나쁜 여자 주인공을 만나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나는 어릴 때 이미 눈치챘던 것 같다. 메리가 너무 착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하지만 결국 ...

15. 마지막 장 한낮의 뉴욕 거리를 걸어오는 네 모습을 봤을 때 내가 느꼈던 그 갑작스러운 환희라니. 마치 13살의 너와 23살의 너, 33살의 너, 그리고 지금의 네가 차례대로 나타나는 듯했어.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 나를 향해 걸어와서는 "안녕, 사라”라고 말하는 너를 볼 때마다 내가 어떤 마음이 되는지 너는 알까? 사랑하는 메리, 오늘도...

14. 개혁 전쟁이 끝나고 런던으로 돌아온 후 메리 레녹스는 건강에 이상을 겪었다. 심장 문제였다. 전시의 긴장과 과로가 원인이었지만 그는 디콘의 죽음 후에 그랬듯이 '이기적으로 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1946년 말이 되자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후 메리는 큰 과제를 앞에 두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전시에 함께 했던 유제니 크루와 런던...

13. 미셀스웨이트 1939년 2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 40대를 목전에 둔 메리 레녹스는 인생의 가장 바쁘면서도 안정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대공황의 여파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지만 메리는 루이즈 존스의 빈자리를 안정적으로 메우며 유제니 크루를 이끌었다. 어린이 문학 작가로서의 사라 크루의 명성도 견고했다. 여자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 단편으로 ...

12. 연인들 1930년대 런던에서 독립적인 직업을 가진 미혼 여성들이 함께 하는 사는 것은 드물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안전한' 일도 아니었다. 여성에게는 성적 욕구가 없다고 여겨졌기에 서로를 향한 애착도 무해하게 받아들여졌던 경향은 페미니즘이 점차 가시화되고 레즈비어니즘과 연결되자 빠르게 사라져 갔다. 20세기 초가 되면 이미 여성 간의 사랑은 남성성을 ...

11. 로티 "나의 에드워디안 부모들" 샬럿 '로티' 워는 사라 크루와 메리 레녹스를 이렇게 불렀다. 16살에 유제니 크루를 떠나 슬레이드 미술 대학을 다녔던 샬럿 워는 1920년대 전후의 짧은 호황기를 마음껏 누렸던 "Bright Young Things" 그룹에 느슨하게 속해 있었다. 어린 딸을 기숙 학교에 맡겨놓고 지나치리만큼 너그러운 경제적 지원 말고...

10. 유산 양차 대전 사이의 기간은 모두에게 직업인으로서의 전환과 노동의 시간이었다. 대학 졸업 후 메리 레녹스는 루이즈 존스의 모교였던 채틀엄 레이디스 칼리지에서 역사 교사로 일했다. 유제니 크루를 이끌 후계자로 처음부터 메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루이즈 존스는 채틀엄이 적절한 훈련을 제공하리라 믿었던 것 같다. 그의 예상은 맞았다. 페미니스트 교육자 ...

9. 공감하는 정신들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호가스 출판사에서 일했던 노라의 남동생 도널드 카마이클은 자신의 대학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리치 맥앨런을 사라의 집에서 열렸던 모임에 초대하며 이렇게 묘사했다. "가족 거실과 대학 기숙사를 반씩 섞어놓았다고 생각해 봐. 특별한 목적도 없고, 특출난 재능도 요구되지 않아.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어. 일주일 내내 편집증적...

8. 대학 이튼을 떠나기 전 스코츠 가드에 자원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참전을 피하게 된 콜린과 같은 시기에 유제니 크루를 떠난 메리는 종전을 미셀스웨이트에서 맞았다. 학교에 남아 있었던 에이드리언 뉴먼은 휴전일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콜린에게 적어 보냈다. "어젯밤에 다들 욕조를 이고 나가 두드리며 행진을 했어. 데이비스는 지붕에서 물구나무서기를 섰다가 500줄...

7. 사라 1913년 유제니 크루에 입학한 메리 레녹스는 사라 크루의 바람과는 달리 바로 그와 친구가 되지는 못 했다. 태어난 환경은 유사했지만 성장 과정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도시 전설의 주인공이었던 사라는 어디서나 관심의 중심이었던 반면, 메리는 본인의 말대로 “세 명 이상의 여자아이들과 한 방에 있어 본 경험”이 없었다. 톰 캐리스포드가 ...

6. 디콘 폴은 분명히 보았다. 문 뒤에 서 있는 소년은 틀림없는 조지였다. 군복 차림이었지만 언제나처럼 한 쪽 어깨에 새를 올리고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조지는 늘 그랬듯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는 늘 그렇게 마법처럼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곤 했기에. 하지만 폴은 창피했다... 그는 더 꼬마가 아니지 않는가....

5. 사촌들 마이클이 학교에 가 버려서 너무 슬프다네. 그 애는 지금 거기서 너무 외로워. 나는 바보처럼 그 일에 온 신경을 쏟고 있지. 마이클이 눈물을 흘리면서 동시에 애써 휘파람을 불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찢어지더군. 1914년 J.M.배리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피터 팬]의 모델이 된 르웰린 데이비스 형제들 중 가장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