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왕처럼

[우리 모두는 왕처럼]을 빛내주신 귀빈 여러분께..*

*[우리 모두는 왕처럼] 의 스포일러가 잔뜩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왕처럼]이 내 마음에 희미하게 떠오른 계기는 18년에 관람한 빼어난 국내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였다. 처음에는 나도 반쯤은 농담으로,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 부잣집 아가씨가 제 꾀에 넘어 간다는 가벼운 풍자 단편 정도로 쓸 생각이었다(아니면 트윗으로 떼우거나) 하지만 느슨한...

Fin.

7월 18일 사랑하는 주디 삼촌이 어제 날 불렀을 때만 해도 가지 않으려 했어. 네가 함께 있을 것 같았거든.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어. 하지만 삼촌이 서재에 혼자 있는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희망을 품을 수 밖에 없더구나. 삼촌은 내가 용서한다면 넌 보스턴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는 걸 전해주면서 날 제대로 쳐다보시려고...

1월 9일 윈, 방금 해리엇으로부터 부모님이 웰슬리 진학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는 편지를 받았어. 해리엇은 집을 나와서라도 가겠다고 하고 있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건 너도 알잖아. 재정적 지원을 말하는 게 아냐. 그건 내가 기꺼이 책임질테니까. 하지만 해리엇은 앞으로도 우리보다 훨씬 더 부모님의 지원을 필요로 해. 그 애는 자기 몫의 유산이 없잖아. ...

9월 5일 친애하는 마미 샐리 오늘 하루종일 내가 뭘 했는지 맞춰 봐. 1. 늙은 당나귀에게 귀리를 먹이다 걷어차일 뻔 했다 2. 사라진 새끼 돼지의 행방을 추적했다 3. 유리창을 닦다가 손자국이 더 늘어나는 바람에 헛간으로 쫓겨났다 정답은 ‘모두 다’야 (철학 시험에서 이런 문제가 나올 때마다 주디가 분개하던 거 기억나니?) 우리의 에이미가 작품 활동에 ...

6월 11일 저비스 삼촌께 주디에게 해외 여행이 도움이 될 거라는 삼촌의 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주디가 바라지도 않을 뿐더러 저도 이번 여름에는 해외를 나가지 않을 예정이라 삼촌의 말을 따를 수가 없네요. 저와 주디는 가까운 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디가 원하지 않는 일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주디도 그러지 않을 테니까요. 즐거운 여름 보내시길 ...

3월 7일 사랑하는 앨 중간고사는 무사히 끝냈어. 조금만 더 있으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시원하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해. 이번 학기는 생물학과 화학에 집중할 거야. 영어는 이제 충분해. 난 워즈워스가 들판에 꽃이 한 송이씩 필 때마다 환희에 빠지는 걸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 영국인은 뇌신경에 뭔가 교란이 생긴 게 틀림없어. 봄이 되...

9월 30일 사랑하는 앨 더 이상 네 답장을 받기 위해 몇 주씩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니 기뻐. 다같이 시끌벅적한 여름을 보내다 우리만 돌아오려니 이상해. 가끔 헨리 스트리트에도 들러봐 달라고 부탁해도 되겠니? 내 프랑스어는 거의 쓸모가 없었지만 네 이탈리아어는 큰 도움이 될 거야. 해리엇이 원한다면 그 애도 데려가 줘. 우린 이제 3학년이라 꽤 좋은 방을 ...

2월 10일 사랑하는 윈 여자 대학에서 남자들 때문에 이렇게 성가신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지난 달에는 저비스 삼촌이 기숙사 안까지 들어오겠다는 바람에 공증인 앞에서 선서를 하고 증명서까지 제출해야했어. 삼촌은 여자애들은 바쁠 일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아무 때나 찾아와도 초콜릿만 안겨주면 된다는 식이지. 샐리와 주디는 아직 어린애들이라 쉽게...

8월 20일 주디 애봇 양 록 윌로우는 여전히 평화로운가요? 약속드린 대로, 프랑스에서 최신 문학 경향을 전합니다. 유럽의 세련된 독자들*은 [오페라의 유령]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이 소설을 묘사합니다. '파리의 오페라 극장 지하에 왠 광인이 숨어 살면서 여주인공을 오페라 가수로 훈련시킨다. 광인은 툭하면 샹들리에를 떨어뜨리고 여...

3월 19일 사랑하는 할머니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드립니다. 오늘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할머니 이야기를 했어요. 할머니가 없는 사람도 있는데 저에게는 두 분이나 있다니 운이 좋은 거겠죠. 그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제가 이제서야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늘 저녁에도 다른 애들은 초대해 준 친구 설거지를 도와주겠다...

10월 2일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대학 건물은 작고 몹시 볼품 없고 여전히 추워요. 제 방이 있는 건물은 예전에 전염병 병동으로 쓰인 게 맞다고 하네요. (윈스턴에게 틀렸다고 전해주세요.) 병원 건물에 사람을 살게 하다니 이게 대학 생활이라는 거겠죠. 같은 층을 네 명이 쓰고 있어요. 우울한 상급생 한 명과 다른 신입생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은 빨간 머리고...